제천 약초시장 상인, 산과 사람 사이에서 이어지는 거래
충북 제천은 오래전부터 약초의 고장으로 불렸다. 백운산과 월악산 자락을 끼고 있어 야생 약초 자생지가 많고, 그걸 직접 캐고 말려 거래하는 전통도 자연스럽게 뿌리내렸다. 제천 약초시장은 그 전통의 중심이다. 시장에 들어서면 진하게 배인 약초 냄새가 먼저 반긴다. 인삼, 황기, 더덕, 산마, 오가피… 이름을 몰라도 향으로 구별되는 이 공간은 여전히 ‘사람과 자연이 직접 만나는 시장’이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약초를 팔아온 상인이 있다. 그는 약초를 파는 게 아니라, 산을 팔고 사람을 돕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약초는 단지 건조된 뿌리가 아니라, 땀과 계절이 묻은 생명체다. 봄엔 산을 오르고, 여름엔 말리고, 가을엔 손질하고, 겨울엔 고객을 맞이한다. 이 반복 속에서 그는 몸이 아니라 ‘감각’으로 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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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멸치액젓 만드는 부부, 바다에서 온 선물의 숙성 기술
남해 바다에는 계절마다 물빛이 달라진다. 봄에는 연하고, 여름에는 깊고, 가을에는 유난히 맑다. 그리고 이 바다에서 나는 멸치는, 단순한 생선이 아닌 삶의 일부다. 이 멸치가 간수와 함께 오랜 시간을 견디며 숙성되면, 우리는 그것을 ‘멸치액젓’이라고 부른다.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액젓 한 병 뒤에는 사실 상상도 못할 만큼의 정성과 시간이 담겨 있다.남해군 서면의 한 어촌 마을, 그곳에는 30년 넘게 멸치액젓만을 만들어온 부부가 있다. 둘 다 바다에서 태어나고 자라 바다와 함께 늙어가고 있으며, 지금도 직접 멸치를 잡고, 손으로 소금에 절이고, 항아리 속에서 1년 넘게 기다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 부부에게 액젓은 ‘양념’이 아니라 ‘철학’이고, ‘생계’가 아니라 ‘사명’이다.이 글은 단순히 액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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