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멸치액젓 만드는 부부, 바다에서 온 선물의 숙성 기술
남해 바다에는 계절마다 물빛이 달라진다. 봄에는 연하고, 여름에는 깊고, 가을에는 유난히 맑다. 그리고 이 바다에서 나는 멸치는, 단순한 생선이 아닌 삶의 일부다. 이 멸치가 간수와 함께 오랜 시간을 견디며 숙성되면, 우리는 그것을 ‘멸치액젓’이라고 부른다.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액젓 한 병 뒤에는 사실 상상도 못할 만큼의 정성과 시간이 담겨 있다.남해군 서면의 한 어촌 마을, 그곳에는 30년 넘게 멸치액젓만을 만들어온 부부가 있다. 둘 다 바다에서 태어나고 자라 바다와 함께 늙어가고 있으며, 지금도 직접 멸치를 잡고, 손으로 소금에 절이고, 항아리 속에서 1년 넘게 기다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 부부에게 액젓은 ‘양념’이 아니라 ‘철학’이고, ‘생계’가 아니라 ‘사명’이다.이 글은 단순히 액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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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지 공예 장인,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다
우리가 흔히 쓰는 종이는 소비의 도구다. 그러나 전주 한지 장인의 손에 들어간 종이는 예술이 되고, 기록이 되고, 시간이 된다. 전라북도 전주에는 조용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한 장인이 있다. 그의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만든 종이는 국내외 박물관, 궁중 복식 복원 작업, 고문헌 복제 사업에까지 활용된다. 한지는 단순히 전통 종이가 아니다. 물에 젖어도 찢어지지 않고, 세월이 흘러도 색이 바래지 않으며, 손끝에서 탄생하는 결은 마치 생명처럼 살아 움직인다.이 글은 전주의 골목 어귀에서, 마당에서, 물레 앞에서 하루 종일 종이와 대화를 나누는 한 한지 장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기계가 아닌 손으로 종이를 뜨고, 재료를 직접 손질하며, ‘한 장의 종이가 가질 수 있는 품격’을 지켜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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