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약초시장 상인, 산과 사람 사이에서 이어지는 거래
충북 제천은 오래전부터 약초의 고장으로 불렸다. 백운산과 월악산 자락을 끼고 있어 야생 약초 자생지가 많고, 그걸 직접 캐고 말려 거래하는 전통도 자연스럽게 뿌리내렸다. 제천 약초시장은 그 전통의 중심이다. 시장에 들어서면 진하게 배인 약초 냄새가 먼저 반긴다. 인삼, 황기, 더덕, 산마, 오가피… 이름을 몰라도 향으로 구별되는 이 공간은 여전히 ‘사람과 자연이 직접 만나는 시장’이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약초를 팔아온 상인이 있다. 그는 약초를 파는 게 아니라, 산을 팔고 사람을 돕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약초는 단지 건조된 뿌리가 아니라, 땀과 계절이 묻은 생명체다. 봄엔 산을 오르고, 여름엔 말리고, 가을엔 손질하고, 겨울엔 고객을 맞이한다. 이 반복 속에서 그는 몸이 아니라 ‘감각’으로 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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