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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운동장을 활용한 작은 야외영화제 후기 기자는 처음 그 영화를 보았을 때보다, 그 장소를 더 오래 기억하게 될 줄은 몰랐다.별이 총총 뜬 하늘 아래, 바람에 흔들리는 스크린, 그리고 폐교 운동장에 펼쳐진 돗자리 위의 조용한 관객들. 이곳은 강원도 홍천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폐교 운동장이었고 하룻밤 동안 ‘작은 야외영화제’가 열리고 있었다.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이 마을 영화제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그 어느 영화관보다 감정의 깊이가 깊었다.폐교는 20년 전 문을 닫은 초등학교였다.현재는 주민 공동체에서 관리하며 문화 행사 공간으로 활용 중이며 이번 야외영화제는 마을 청년들이 기획해 처음으로 시도된 행사였다.기자는 ‘작은 폐교에서 열리는 진짜 영화관’을 보기 위해 밤길을 달려 이 마을에 도착했다.그리고 그날의 기억은, 하나의 영화보다 더..
폐교를 리모델링한 반려동물 힐링센터 체험기 기자는 조용한 산자락 아래 자리한 폐교를 찾았다.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그 교실은 지금은 작고 부드러운 발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종 대신 꼬리로 인사하는 강아지들, 칠판 대신 햇살 아래 낮잠 자는 고양이 한 마리.이곳은 전북 진안의 폐교를 리모델링한 ‘반려동물 힐링센터’였다. 도시의 바쁜 일상 속에서 반려동물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 또 노령견이나 유기동물을 품에 안고 있는 이들을 위한 이 공간은 단순한 애견 카페가 아니라, 사람과 동물이 함께 쉬는 돌봄 공간이었다.기자는 반려동물을 동반하지 않고 방문했지만, 그 누구보다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그리고 이 폐교가 지금 어떤 방식으로 ‘돌봄’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지 하루 동안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폐교 교실은 쉼터가 되었고, 운..
폐교에서 열리는 어린이 여름캠프 체험기 모처럼 학교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하지만 그 소리는 종소리와 수업 시간의 질서 있는 조용함과는 조금 달랐다.운동장에서 구르며 흙을 묻히는 소리, 부엌에서 무엇인가를 만드는 속삭임, 그리고 산 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발걸음들. 그 모든 소리는 한때 멈췄던 교실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생명력이었다.기자가 방문한 곳은 충북 단양의 한 폐교. 이곳은 매년 여름이면 특별한 손님들을 맞이한다.바로 ‘자연 속 여름학교’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어린이 자연 체험형 여름캠프의 참가자들이다.이 캠프는 단순한 방학 프로그램이 아니다.교실은 교실로, 운동장은 실습장으로, 인근 산과 하천은 아이들의 교과서가 된다.아이들은 이곳에서 숙식을 하며 자연과 친구가 되고 평소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살아 있는 배움’을..
폐교 공간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 후기 기자는 지금도 그날의 첫 기타 소리를 잊을 수 없다.형광등 대신 은은한 전등이 켜진 오래된 교실,칠판 앞엔 마이크와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고 아이들이 앉았을 법한 작은 나무 의자들이 관객석을 대신하고 있었다. 음향 장비도 대단치 않았고, 조명도 없었다.그저 마이크, 기타, 사람, 그리고 교실. 그 단순한 구성이 이토록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기자는 처음 알게 되었다.이 음악회는 전북 장수의 폐교된 분교에서 열린 ‘시골 작은 음악회’였다.한 달에 한 번, 지역 뮤지션과 여행자, 주민들이 모여 함께 음악을 듣고, 조용히 감상을 나누는 문화 모임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었다.기자는 우연히 지역 SNS 커뮤니티에서 이 음악회를 알게 되었고, ‘교실에서 듣는 기타 소리’라는 문구에 이끌려 먼 길을 달려 이곳..
폐교 캠핑장 체험기: 별빛 아래서 자는 법을 배우다 낮에는 햇살이 조용히 교실 창문에 들이치고, 밤이 되면 운동장은 별빛으로 가득 찼다.기자는 그날 처음으로 ‘학교에서 자본다’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하지만 이 학교는 더 이상 아이들이 오가지 않는 공간이었다.전라남도 해남의 한 작은 폐교, 지금은 ‘별빛학교 캠핑장’이라는 이름으로 도심을 떠나 조용한 밤을 찾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색 캠핑 장소가 되어 있었다.학교에 텐트를 친다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지만 운동장 한가운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기자는 그동안 놓쳐왔던 감각이 하나둘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도심의 조명과 소음 속에서는 느낄 수 없던 진짜 어둠, 그리고 그 속에서 더 또렷하게 보이는 별들.그날 밤, 기자는 별빛 아래서 잠드는 법을 처음으로 배웠다. 아이들의 흔적이 남은 ..
폐교를 리모델링한 마을 책방 체험기 기자가 처음 이 마을을 찾은 건, 단순히 시골 여행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산과 들, 그리고 계절의 냄새를 맡고 싶다는 소박한 이유였다.그런데 지도에 ‘학교책방’이라는 이름이 표시된 걸 보고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처음엔 마을 도서관쯤으로 생각했다.하지만 그곳은 기자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특별한 공간이었다.교실 하나가 통째로 책방이 되어 있었고, 그 안에는 계절과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전북 고창의 외딴 마을에 위치한 이 책방은 10년 전에 문을 닫은 폐교 분교를 리모델링한 공간이다.이곳은 책을 팔기도 하지만, 동시에 읽는 사람들의 머무름을 위해 설계된 곳이었다.기자가 방문했을 땐 평일 오후였지만 교실 안에는 두세 명의 방문객이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말이 오가지 않아도, 서로를 방해하지 않..
폐교에서 열리는 요가 클래스 체험기: 고요한 교실에서 나를 마주하다 햇살이 조용히 들어오는 교실.칠판 아래 놓인 매트 위에 사람들이 앉아 눈을 감고,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쉰다.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발소리로 가득 찼던 그곳은, 지금은 아무런 말 없이 그저 숨과 몸의 움직임만으로 채워지고 있었다.그 풍경은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따뜻했다.전라북도 임실의 작은 폐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잡초만 무성하던 이곳은 지금은 ‘요가와 쉼’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들여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기자는 ‘폐교 요가 클래스’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이곳을 찾았다.학교와 요가. 두 단어는 왠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막상 교실 바닥에 앉아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이 공간이 주는 묘한 조화로움이 오히려 머릿속을 맑게 비워주었다.그리고 그날, 기자는 처음으로 ..
전남 장흥 폐교 목공방 체험기: 직접 만든 나무 의자 후기 나무 냄새가 가득한 교실에서, 내 손으로 만든 의자 하나도심에서의 삶이 점점 복잡하고 빠르게 흘러갈수록, 사람들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을 더 갈망하게 된다.손끝에 닿는 나무의 질감, 천천히 깎아낸 나뭇결, 망치 소리와 나무향이 어우러지는 조용한 공간.기자는 그 모든 감각을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 전남 장흥의 한 폐교에 자리한 목공 체험 공방을 찾았다.이곳은 과거 초등학교였던 건물이 폐교된 후 수년간 방치되다가 지금은 ‘OO목공학교’라는 이름으로 지역 주민과 여행자 모두에게 열려 있는 체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장소였다.교실은 여전히 칠판과 창문이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이제는 책상 대신 나무 재료와 공구가 놓여 있고, 선생님 대신 목수 선배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기자는 이곳에서 ‘1일 목공 클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