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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전통 장 담그는 집, 자연 발효 20년 외길 인생 충청남도 부여, 백제의 고도이자 농촌의 풍요로움이 남아 있는 이곳에는 시간마저 느리게 흐른다. 이 조용한 마을의 언덕배기, 마당 가득 장독대가 늘어선 한 집이 있다. 이 집은 20년 넘게 인공첨가물 없이 ‘자연 그대로’의 발효만으로 된장, 간장, 고추장을 만들어왔다. 대형마트에서 몇 천 원이면 살 수 있는 장이지만, 이 집의 장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닌 사람의 손과 계절이 빚은 결과물이다.이 집을 운영하는 부부는 장을 담근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매년 1월이 되면 손이 떨린다고 말한다. “장은 속이지 못해요. 그해 날씨가 어땠는지, 재료가 얼마나 정직했는지가 다 드러나죠.”라고 남편은 말한다. 이들은 매년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정성으로 장을 담근다. 하지만 결과는 매번 조금씩 다르다. 바로 그 .. 더보기
통영 나전칠기 장인, 세계로 수출되는 전통 기술 화려한 색감과 오묘한 빛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나전칠기’는 한국의 대표 전통공예 중 하나다. 특히 경상남도 통영은 예로부터 나전칠기의 본고장으로 불려왔으며, 지금도 몇몇 장인들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 장인은 조개껍데기 조각 하나에도 수십 년의 철학을 담으며, 전통을 단지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감각과 세계인의 시선까지 사로잡는 방향으로 진화시켜 왔다. 그는 “전통이란 단어가 유물처럼 박제되면 안 된다. 전통은 지금도 살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통영의 한적한 골목, 오래된 작업장 안에는 나무, 옻, 자개가 어지럽게 놓여 있다. 그 안에서 장인은 하루 종일 허리를 굽히고 조개를 자르고, 옻칠을 바르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공예를 이어간다. 수출용 고급 인테리어 소품부터 박물관 복원 의뢰.. 더보기
안동 헛제사밥 고수, 가족의 맛을 지키는 사람들 경북 안동에는 ‘헛제사밥’이라는 독특한 음식 문화가 있다. 제사를 지내지 않고도 제사상처럼 차린 밥상을 파는 음식점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겉보기에는 일반 제삿상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정성은 결코 ‘헛되지 않다’. 특히 안동 시내 구시장 근처의 한 식당은 40년 넘게 헛제사밥만을 만들어 온 집으로 유명하다.이 가게를 운영하는 가족은 현재 2대째에 걸쳐 이 음식을 지키고 있다. 제사를 지내지 않아도 조상의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밥상에는, 고기 산적, 탕국, 나물, 전, 장조림, 식혜까지 빠짐없이 올라간다. 그리고 그 모든 음식을 하루 전날부터 손수 준비한다.이 글은 안동이라는 전통 도시의 식문화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한 가족의 이야기이자, 느려도 .. 더보기
담양 대나무 공예 장인, 40년간 지켜온 손의 기술 담양은 대나무로 유명한 고장이다. 대나무 숲을 따라 걷다 보면, 댓잎의 바스락거림과 함께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 하지만 이곳에서 진짜로 시간을 다루는 사람은 대나무 공예 장인들이다. 그들은 한 뼘의 죽간(竹竿)으로 바구니를 만들고, 일상 속의 소반과 찻상, 부채, 등나무 의자까지 만들어낸다. 그중에서도 담양 외곽의 한 작은 작업장에서 40년 넘게 대나무와 함께 살아온 장인이 있다.그의 하루는 대나무를 고르는 일로 시작된다. 수백 그루 중에서도 결이 곱고 수분이 적은 것을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엔 손도끼로 대나무를 가르고, 칼로 섬유를 뽑아내는 과정이 이어진다. 기계는 없다. 모든 작업은 손으로 진행된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요즘은 다 기계로 만들지 않나요?” 그는 웃으며 답한다. “기계는 .. 더보기
전주 한지 공예 장인,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다 우리가 흔히 쓰는 종이는 소비의 도구다. 그러나 전주 한지 장인의 손에 들어간 종이는 예술이 되고, 기록이 되고, 시간이 된다. 전라북도 전주에는 조용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한 장인이 있다. 그의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만든 종이는 국내외 박물관, 궁중 복식 복원 작업, 고문헌 복제 사업에까지 활용된다. 한지는 단순히 전통 종이가 아니다. 물에 젖어도 찢어지지 않고, 세월이 흘러도 색이 바래지 않으며, 손끝에서 탄생하는 결은 마치 생명처럼 살아 움직인다.이 글은 전주의 골목 어귀에서, 마당에서, 물레 앞에서 하루 종일 종이와 대화를 나누는 한 한지 장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기계가 아닌 손으로 종이를 뜨고, 재료를 직접 손질하며, ‘한 장의 종이가 가질 수 있는 품격’을 지켜내고 있.. 더보기
강릉 수제 한과 가게, 3대를 이어온 단맛의 철학 강릉 경포대에서 멀지 않은 작은 골목 어귀, 이곳에는 간판 하나 없이 입소문만으로 수십 년을 버텨온 수제 한과 가게가 있다. 시끌벅적한 시장 골목을 지나, 오래된 주택 한편에 자리한 이 가게는 외관만 보면 평범한 시골집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탁자 위에 반죽이 놓여 있고, 한켠에는 갓 튀겨낸 한과가 쌓여 있다.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질감, 입에 넣는 순간 은은하게 퍼지는 조청의 달콤함은 이곳이 결코 평범한 공간이 아님을 말해준다.이 한과 가게는 1968년 작은 시장 좌판으로 시작했다. 1대 할머니는 직접 쌀을 씻고 맷돌을 돌리며 한과를 만들었고, 2대는 이 기술을 지켜내며 가게로 성장시켰다. 지금은 3대 손자가 가업을 이어받아 전통을 지키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한과를 선보이고 있.. 더보기
제주 전통 어묵 장인의 하루, 육지와 다른 손맛 이야기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장 생산 어묵과는 달리, 제주의 전통 어묵은 여전히 손끝에서 태어난다. 이곳 어묵은 단순한 어묵이 아니라, 바다의 기억을 간직한 음식이다. 제주 구좌읍의 한 작은 작업장에서는 매일 새벽 4시, 무명의 장인이 조용히 손을 움직이며 어묵 반죽을 준비한다. 물고기를 손질하고, 뼈를 발라내고, 비린내를 없애는 모든 과정은 오로지 손의 감각에 의존한다. 이 글은 제주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한 장인의 일상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내던 ‘손맛’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겨보는 시간이다. 제주 전통 어묵을 위한 매일 새벽 4시, 물고기와의 싸움이 시작된다그의 하루는 해 뜨기 전, 고요한 작업실에서 시작된다. 수산시장에서 직접 받아온 신선한 갈치, 고등어, 전갱이 등은 각각의 비율로 섞여 어묵 반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