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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활용공간 리뷰

경기 양평 폐교 리모델링, 지금은 반려견과 함께하는 힐링 펜션으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이 이제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대부분의 숙박시설은 반려견 입장이 제한되며,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다.
그런 상황에서 ‘반려견 전용 힐링 펜션’이라는 이름으로 리모델링된 한 폐교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기자는 그 특별한 공간을 찾아 경기도 양평으로 향했다.

이 펜션은 1990년대까지 운영되던 시골 초등학교였다.
도심에서 멀지 않지만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조용한 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학생 수 급감으로 인해 2005년 폐교되었다.
그 후 몇 년 동안은 창고처럼 쓰이다가, 반려견 훈련사 출신의 부부가 이 학교를 인수하면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지금 이곳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쉬는 공간’을 표방하는 펜션으로,
단순한 숙박을 넘어 반려견과의 유대감, 자연 속 힐링, 그리고 지역의 재생까지 연결된 복합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기 양평 폐교가 펜션이 되기까지, 사람과 동물 모두를 위한 설계

이 폐교는 총 3개의 교실과 1개의 특별실로 구성되어 있었고, 운동장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펜션으로 리모델링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한 점은 “공간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능을 바꾸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각 교실은 객실로 바뀌었지만, 천장의 구조, 문틀, 교실 번호판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 덕분에 객실 문 앞에 서면 마치 ‘1학년 1반’에 입장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반려견을 위한 설계도 인상 깊었다.
객실 내부에는 미끄럼 방지 바닥재가 깔려 있었고, 반려견 전용 샤워기와 드라이룸도 갖춰져 있었다.
또한 각 방에는 ‘반려견 전용 식기’, ‘간식 패키지’, ‘마킹 방지 패드’ 등이 기본 제공되며,
운동장에는 목줄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노리터 펜스 구역이 조성되어 있었다.

건물 외부엔 ‘발 씻는 공간’, ‘반려견 온열 테라피존’, ‘셀프 그루밍실’까지 마련되어 있었으며,
무엇보다 주인과 반려견이 동등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한 점이 인상 깊었다.

경기 양평 폐교 리모델링을 하니 지금은 반려견과 함께하는 힐링 펜션으로 변하다

반려견과의 추억을 위한 세심한 서비스들

이 펜션의 가장 큰 장점은 ‘디테일’이었다.
기자는 체크인할 때부터 특별한 환영 인사를 받았다.
프론트에는 펫 전용 웰컴 박스가 준비돼 있었고, 박스 안엔 수제 간식, 장난감, 펫티슈, 이름표가 포함되어 있었다.
‘까망이, 잘 쉬다 가요!’라고 손글씨로 적힌 카드도 함께 들어 있어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진심 어린 환대를 느낄 수 있었다.

1박을 하며 이용한 프로그램 중 가장 좋았던 건 ‘산책 동반 촬영 서비스’였다.
펜션 측에서 지역 출신 사진작가와 협업해, 반려견과 함께하는 자연 속 산책 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해주는 유료 서비스가 있었다.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함께 있는 지금을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는 충분히 가치 있는 서비스였다.

또한 저녁 시간에는 ‘반려견과 함께 듣는 자연소리 명상 타임’이라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고요한 산속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견주들과 반려견이 함께 앉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시간은
도심의 호텔이나 일반 펜션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감각적 경험이었다.

 

지역과 함께 운영되는 진짜 ‘로컬 펜션’

이 폐교 펜션은 단지 반려견 친화적이라는 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운영자 부부는 지역사회와의 연결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이 펜션의 일부 공간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운영하는 ‘소규모 반려동물 교실’로 개방되어 있다.
한 달에 두 번,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무료 반려견 기본 훈련 클래스’가 열리고,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물과의 공존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조식으로 제공되는 식사 또한 지역 농산물로 구성되어 있다.
계란은 옆 마을 할머니가 키운 닭이 낳은 것이고, 고구마는 펜션 뒷밭에서 직접 수확한 것이다.
심지어 반려견 간식조차도 인근 농장에서 만든 무염 고기 큐브로 수급하고 있었다.

이렇듯 지역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 펜션은
공간의 리모델링을 넘어, 삶의 방식까지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폐교는 버려진 게 아니라, 쓰임을 기다리는 공간이다

기자는 이 펜션에서의 하룻밤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반려견과의 여행이란 단순히 어디를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간이 ‘폐교’라는 점은 그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 주었다.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교실, 지금은 그 자리에
강아지들이 뛰놀고 견주가 웃으며,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공간이 시간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폐교는 방치되어 있는 게 아니다.
다만 그 공간에 다시 이야기를 불어넣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양평의 이 펜션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례다.
그리고 더 많은 지역에서, 이런 공간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펜션을 나섰다.

 

함께 머무는 기억이 공간을 완성한다

펜션에서의 마지막 아침, 기자는 반려견과 함께 운동장을 천천히 걸었다. 이른 아침 안개가 교실 건물을 은은하게 감싸고 있었고, 낡은 철봉 위에는 새 한 마리가 앉아 조용히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반려견은 낯선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기자 옆을 걸었고,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고요하고 충만하게 느껴졌다. 분명 수십 년 전 이 운동장을 뛰놀던 아이들이 있었고, 지금은 그 자리를 작은 생명들이 대신 채우고 있다. 학교는 사라졌지만, 그 공간은 여전히 ‘누군가와 함께 머무는 장소’로 살아가고 있었다. 기자는 그날 이후로 여행지를 선택할 때 한 가지 기준을 더하게 되었다. “기억이 머물 수 있는 곳인가?” 폐교 펜션은 단순한 숙소가 아닌, 기억이 머물고 감정이 자라는 진짜 쉼의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