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4) 썸네일형 리스트형 폐교를 개조한 수상생태연구소 기자는 전남 곡성의 한 시골 마을을 찾았다.이곳에는 강가에 자리 잡은 작은 폐교가 있었다.한때는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며 뛰어놀았지만, 학생 수가 줄고 도심으로 인구가 빠져나가면서학교는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곳이 10년 만에 새로운 이름으로 돌아왔다.‘수상생태연구소’라는 간판을 단 이 공간은 강과 습지를 활용해 물속 생태계를 배우고 지역 환경을 지키는 거점이 되고 있었다.아이들은 다시 이 학교로 돌아왔고 이번에는 책 대신 뜰채와 수중 카메라를 들었다. 폐교를 개조한 수상생태연구소, 교실이 된 강변연구소의 가장 큰 특징은 교실 창문 너머로 강이 바로 보인다는 점이다.옛날에는 그저 풍경이었던 강이 이제는 살아 있는 수업 자료가 됐다.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강변에 나가 물속 곤충, 조개, 물고기를 채.. 폐교를 개조한 달빛 천문대 기자는 강원도 정선의 깊은 산골을 찾았다.이곳에는 20년 넘게 비워져 있던 작은 초등학교가 있었다.낮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조용한 폐교였지만 밤이 되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교실 안 불빛 대신 운동장 한가운데 거대한 망원경이 놓이고, 칠판 대신 밤하늘이 가득 펼쳐진다.이곳의 이름은 ‘달빛 천문대’. 지역 청년들과 은퇴 교사, 그리고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모여 폐교를 개조한 ‘밤의 배움터’였다.이곳에서는 별과 달을 관측하는 것뿐만 아니라 천체에 얽힌 신화와 과학 이야기를 함께 배운다.한때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울리던 공간이 이제는 별빛이 쏟아지는 강의실이 된 것이다.폐교 운동장이 변한 거대한 관측소낮에는 잡초가 무성한 평범한 운동장이지만 해가 지면 이곳은 고요한 과학 실험실로 변신한다.관측소 중앙에는 지.. 폐교를 개조한 사운드 아카이브 스쿨 사람이 떠난 공간은 조용해진다. 그러나 ‘조용함’은 결코 비어 있는 것이 아니다.때로는 먼지 속에 오래 묻힌 소리, 낡은 나무마루가 내는 삐걱임, 바람이 창틀을 스치는 낮은 울음이그 공간의 과거를 은밀하게 들려준다. 기자는 전라북도 완주에 생긴 사운드 아카이브 스쿨을 찾아갔다.이곳은 15년 전 문을 닫은 폐교를 개조해 사라져 가는 소리와 지역의 음향 문화를 기록·보존하는 작은 사운드 박물관이었다.‘들리는 박물관’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곳의 목표는 단 하나, “사라진 소리를 다시 들려주는 것”이었다. 폐교 복도 끝 교실에서 만난 첫 소리문을 열자 가장 먼저 들려온 건 오래된 학교종 소리였다.운영자는 기자에게 “이 소리는 1980년대 이 학교에서 실제로 울렸던 종소리”라고 말했다.교실 중앙에는 헤드폰과 녹음기.. 폐교를 리모델링한 감정 공방 속으로 기자는 항상 ‘감정’이라는 것이 말로만 정리될 수 없는 것 같다고 느껴왔다.특히 어떤 감정은 너무 무겁거나 복잡해서 그저 입 밖으로 내뱉는 것조차 어려울 때가 많았다.그럴 때, 사람들은 마음을 누르고 지나가거나 혼자서 삭히는 쪽을 선택하곤 한다.그러던 중, 강원도 인제의 한 폐교가 ‘감정 공방’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이곳은 단순한 도예 수업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도자기로 빚어내는 감성 체험공간이었다.운영자는 예술심리상담사이자 도예가였고, 공방은 ‘감정을 물성으로 표현해보는 실험실’로 운영되고 있었다.기자는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그 공간이 궁금해졌다.무엇보다, 감정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이 폐교가 어떻게 증명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폐교 교실.. 폐교를 리모델링한 유기동물 추모학교 이별은 누구에게나 어렵다.특히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짧지만 깊은 시간을 함께한 만큼 그 상실감도 예상보다 오래 머문다.그럼에도 우리는 대개 그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거나, 제대로 작별할 공간을 갖지 못한 채 일상으로 되돌아가곤 한다.기자는 경상북도 안동 인근의 한 폐교에 ‘작별을 배우는 학교’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그곳은 유기동물 보호센터가 아니었다.죽은 유기동물과 반려동물의 흔적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한 추모와 애도의 공간으로 재구성된 폐교였다.운영자는 오랜 기간 유기동물과 함께 지내온 활동가였고 이 공간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아이들이 떠난 후, 아무도 기억하지 않으면 그 생은 사라지는 거잖아요.그래서 우리는 여기에 ‘기억을 남기기 위한 학교’를 만들었어요.”폐교를 추모학교로, 이름 .. 폐교를 리모델링한 기억 보관소 기자는 오래전, 할머니의 낡은 상자를 연 기억이 있다.거기엔 알 수 없는 편지들과 오래된 스웨터, 잉크가 바랜 졸업사진 한 장이 담겨 있었다.그 물건들은 말이 없었지만 그 자체로 시간을 품고 있었다.몇 년 후, 기자는 우연히 ‘기억 보관소’라는 이름의 공간을 알게 되었다.전라남도 구례군의 한 폐교에 만들어진 이 공간은 누군가의 사소한 물건들을 모아 전시하고,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기록하는 ‘기억 전시관’이었다.책상과 의자는 그대로지만 칠판 위엔 분필이 아닌 ‘사연’이 놓여 있었다.운영자는 말한다. “버려진 건물에 잊혀진 물건을 데려와 다시 사람들의 시간을 연결해주는 곳이에요.” 기자는 그 말에 이끌려기억의 무게가 천천히 내려앉은 교실로 발을 들였다. 폐교를 리모델링 했더니 물건이 다시 돌아온 교실기억 보.. 폐교를 리모델링한 슬로 테크 연구실 기술은 언제나 더 빠르게, 더 작게, 더 많이를 향해 달려왔다.하지만 기자는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다.“기술이 반드시 빠를 필요가 있을까?”속도와 혁신의 이면에서,더 단순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기술은 어디쯤에서 숨 쉬고 있을까?그 물음은 기자를 전라북도 남원의 한 폐교로 이끌었다.이곳은 지금 ‘슬로 테크 연구실’이라는 이름으로 전기를 거의 쓰지 않는 기술 실험이 이뤄지는 장소로 바뀌어 있었다.이 연구소를 만든 사람들은 전직 공학자, 농부, 건축가, 디자이너였고, 그들은 말한다.“우리는 고장나지 않는 기술,그리고 누구나 고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합니다.”교실은 실험실로, 과학실은 물 없는 주방으로 운동장은 태양열 집열판과 우물 펌프가 있는 실외 설비장으로 바뀌었다.기자는 그곳에서 ‘기술’이라는 단어가 .. 폐교를 리모델링한 무중력 체험 공간 기자는 “폐교에서 중력을 잊어버릴 수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과학 센터도 아니고, 항공 우주 훈련소도 아닌 폐교에서 도대체 무중력 체험이 가능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분명한 건, 이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강원도 태백의 한 산중턱 마을, 30년 넘게 방치되다시피 한 폐교 한 채가 지금은 ‘지상 기반 무중력 시뮬레이션 체험센터’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이곳은 전직 항공우주 연구원들과 감각 재활 전문가들이 협업하여 만든 실험적 체험공간이자, 지역 청소년 과학교육 프로그램의 거점이었다.폐교라는 구조적 특성을 그대로 살려 교실은 무중력 훈련실로, 과학실은 감각 재조정실로, 체육관은 대형 제로-밸런스 체험 공간으로 바뀌었다.기자는 그곳에서 ‘중력.. 이전 1 2 3 4 5 다음